'왕십리'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07.02 드뷔시 산장 4 by 망명객
  2. 2009.06.28 냉동삼겹살 4 by 망명객
  3. 2009.04.01 Fly.B by 망명객

드뷔시 산장

이미지 잡담 : 2009. 7. 2. 23:32
0123



대학가 치곤 참 휑하디 휑한 곳이 왕십리 한양대 주변이다. 공학 계열이 강한 학교라 그런지, 경제문화적으론 참 낙후한 곳이 한양대 주변 상권이다. 그래도 숨겨둔 보물은 있는 법. '드뷔시 산장'은 한양대 상권 중에선 꽤 쓸만한 아우라를 갖고 있는 공간이다. (물론 당구 다이 300원의 전설과 함께 엄청난 진로소주 소비량을 보여주던 동네이기도 하다.)

9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수염을 멋지게 기른, 정말 산장지기 같은 아저씨가 당대 한양대 주변에선 찾아보기 힘든 맛있는 커피를 직접 갈아 내주던 곳이 드뷔시 산장이었다. 그 아저씨는 지금 해외에서 살고 있다는 풍문이 돈다. 참, 이 공간은 감우성과 홍리나가 주연했던 드라마 '산'의 촬영장으로도 유명했다. 드라마 '산'은 촬영 중 홍리나가 산에서 추락하는 바람에 조기 종영한 불우한 드라마였지만, 극중 감우성이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던 공간이 바로 드뷔시 산장이다. (친절한 블로거라면 당시 드라마 스틸 한 장 포스팅에 넣겠지만, 난 그리 친절한 블로거가 아니다. ^^;)

산장지기 아저씨가 산장을 떠난 후, 이 공간은 사주카페가 됐다. 산장지기 아저씨가 기본으로 내주던 보리차와 함께 맛난 커피를 잊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참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사주카페로의 변신, 드뷔시만이 지녔던 아우라는 많이 훼손됐다. 복학 후 몇몇 친구들과 사주를 보러가곤 했지만 예전에 느낄 수 있었던 따뜻함은 그 공간에 없었다.

다시 대학원생이 돼 돌아온 왕십리, 드뷔시 산장에서 사주도사 월광선생님을 만나게 됐다. 예전 90년대 후반에 졸업을 앞둔 복학생 선배들이 그랬듯, 나도 이곳에서 커피 대신 맥주를 주로 마셨다. 월광선생님은 부산에서 직접 공수해 온 오징어포를 기본 안주로 내주셨다. 그 오징어포를 계속 맛보기 위해, 난 주변 지인들에게 월광선생님의 사주를 입소문냈다.

"새로 대학원 들어온 신입생이라면, 우선 자신의 사주에 공부 사주가 있는지 확인해야 해~"

"왜, 남친이 말을 안 들어? 그럼 일단 월광선생님을 찾아가 봐~"

이런 식으로~~

작년 연말에 월광선생님이 떠난 뒤, 한동안 드뷔시를 찾지 않았다. 낡은 '사주카페' 간판 대신 조금은 감각적이고 이질적인 '타로카페' 간판이 건물 옆에 자리했지만, 내게 이곳은 드뷔시 산장일 뿐이다.

오랜만에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드뷔시 산장을 찾았다. 산장은 예전보다 많이 밝아지고 깔끔해졌다. 아직 맥주는 카스 한 병(작은거)에 삼천 원이었다. 맛있는 오징어포는 없었지만, 아직도 이 공간이 남아 있다는 게 감사할 뿐이다.





꼬랑지 1 - 현 주인에게 물어보니 이곳의 명물이던 산장일기는 94년에 기록된 한 권밖에 남지 않았단다. 날적이... 그 안에 끼적이던 내 이야기는 어디로 사라진걸까? 알콜 촬영이라 사진은 좀 엉망이다. 다음에 기회가 닿을 때 더 좋은 사진을 올려야겠다.

꼬랑지 2 - 실내에선 무선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다. 조명이 밝아진 만큼 조용히 책 읽기에 좋은 공간이다. 차값도 싸고, 마음이 답답할 땐 타로점도 볼 수 있다. 물론 점값은 치러야 한다.

꼬랑지 3 - 지금 월광선생님은 이대 근처의 사주카페에 계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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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

냉동삼겹살

이미지 잡담 : 2009. 6. 28. 05:12
마기집 냉동삼겹살


■ 방법론재수강 님의 냉동 삼겹살 포스팅


라면 안주 삼아 소주 빨 수 있는 곳이 마기집이었다. 호주머니 얇은 학생들의 성지. 만원짜리 한 장이면 대충 둘이서 얼근히 취할 수 있는 곳. 오돌뼈가 괜찮은 술집 겸 밥집이었다. 이제 마기집은 부귀식당과 함께 재개발의 명목 아래 옛이름이 돼버렸다.

냉동삼겹살은 마기집의 정점을 이루던 메뉴다. 호기롭게 냉동삼겹살을 주문하던 날이면 늘 주인 할머니는 상추가 없다며 푸념을 늘어놓곤 했다. 상추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마기집에 대한 모독이다. 마기집에는 상추가 늘 없었고,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던 우리는 주인 할머니에게 김치나 많이 달라는 주문사항을 건네곤 했다. 

냉동삼겹살의 정점 시즌은 반팔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다니는 여름철이다. 호일 위에서 쪼그라들며 익어가는 냉동삼겹살은 잃어버린 부피 만큼의 눈물을 흘렸고, 기름과 만난 수분은 불판을 달구던 불꽃의 크기에 비례해 주변 상 위를 어지럽혔다. 아, 맨 살 드러난 팔다리도 기름 박격포의 사정권 안에 들게 된다.

팔다리 위로 기름 맞으며 마시는 소주는 달다. 포물선을 그으며 날아가는 기름, 말 그대로 지글거리며 달구어진 호일 위는  정말 소주맛 나는 술자리를 선사한다. 전쟁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 새벽 시린 가슴 위로 찬 소주를 붇는, 절절한 아우라가 펼쳐진다. 물론 지글거리는 호일 위는  

마기집이 문을 닫고 정육점식당도 업종을 변경했다. 점점 냉동삼겹살을 맛볼 수 있는 곳이 사라지고 있다.


아직 제일식당이 남아 있다.

방법론 재수강 하시는 형님께선 신규 발굴 아이템을 어여 이 후배에게 알려주시길...
(한방 쏴달란 소리지... 우리 얼굴 본 지도 백만 년 지난 것 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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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

Fly.B

길위에서 : 2009. 4. 1. 22:21

왕십리 한양대 근처에 위치한 술집 'Fly.B'. 한양대 근처 술집 트렌드가 본격적으로 바의 시대로 접어들던 2005년 2월, '키스하리'란 야릇한 이름으로 첫 문을 연 이래로 난 이 술집을 종종 들르곤 한다. '키스하리'란 이름은 미국의 그래피티 작가 '키스 해링'의 이름을 그대로 딴 것.

이곳은 왕십리 근처에선 보기 드물게 다종의 칵테일을 맛볼 수 있다. 왕십리 칵테일 문화를 선도하겠다는 사장님의 굳은 의지는 많이 퇴색한듯 하지만 아직도 다종의 칵테일 리스트를 자랑하는 곳이다. 먹거리 장사도 유행을 심하게 타는 대학가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게 이름도 지금의 'Fly.B'로 바꿨지만, 그닥 장사가 잘 되는 것 같진 않다. 물론 나도 칵테일보단 병맥주 몇 잔 홀짝거리는 게 다다. 

가게 안에 흐르는 음악은 90년대 학번들에게 익숙한 곡들이 대부분이다. 한때 밴드를 하셨던 사장님의 센스는 90년대에 머물러 있다. 한가한 바와 옛 음악. 조용히 맥주 한 잔 걸치기엔 딱이다. 아르바이트생도 없이 사장님 혼자 장사하는 경우가 많기에, 진정 홀로 음주를 즐기기엔 이곳만큼 안성맞춤인 곳이 없다. 


주문한 맥주 한 병 갖다준 뒤, 바 안쪽에 설치한 컴퓨터로 오락을 즐기시는 사장님. 조금 무서운 인상을 갖고 있지만 마음은 참 따뜻한 사람이다. 나와 사장님 사이에 나누는 덕담은 똑같다.

"술 좀 줄여~"

술집 손님들은 사장님 친구분들이 대부분이다. 사근동 원주민인 이 양반이 동네에서 술집을 열었으니, 그 원주민 친구들이야 친구 가게를 이용하는 게 인정일 터. 문제는 그 자리에서 사장님도 한 술 거나하게 걸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술집 사장치곤 마음이 여린 탓이겠지.

어쨌든 그 사장에 그 손님이고, 나이를 먹더라도 함께 늙어가는 친구같은 술집이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참, 같은 건물 지하에는 한양대 근처에선 전통을 자랑하는 웨스턴바 '76ers'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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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스카이뷴지 뭔지 지도 첨부하려 했건만, 파폭에서 에러난다.
돈 쳐 들여 개발해놨으면, 써먹게 만들어야지.
익스플로러에서도 몇 번 시도했다만, 자꾸 에러난다.

어쨌든 위치는, 한양대 동문회관 맞은편 베스킨라빈스, 그 한 블럭 뒤 골목을 이용해 동마중 방향으로 올라가는 방향에 위치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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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