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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사체

길위에서 : 2008. 11. 24. 03:01
DSLR이 무척이나 갖고 싶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스틸로 담아둬야 할 피사체가 확실했다. 늘 뷰파인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단골손님같은 피사체 말이다. 그런 피사체를 잃어버린 후 카메라에 대한 내 관심은 한 풀 꺾였다. 세상은 변하고 사람 마음은 간사한 법.

가끔 지인들의 블로그나 미니홈피를 통해 그들의 삶을 엿보곤 한다. 술자리의 친구들을 담던 뷰파인더들은 대부분 여행지의 풍경으로 그 시선을 옮겨갔다. 물론 이러한 피사체의 이동에서도 남여의 차이가 나타난다. 특히 기혼자인 경우엔 성별에 따른 차이가 확연히 나타나는 것 같다. 여성은 아이를, 남성은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다.

카메라란 도구가 마음의 상을 담는 것이라면, 한 쪽은 삶의 희망을, 다른 한 쪽은 삶의 관조를 담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린 삶의 이유를 확인하고자 카메라를 드는 것이다. 그러니 먹거리와 가족 그리고 셀카가 곧 삶의 이유이겠지.
 
한 번 잃어버린 피사체를 되찾는 건 힘든 일이다. 흐릿한 시선이 다시 또렷해질 수 있을지조차 나 자신도 가늠할 수 없다. 우선 이놈의 감기군에게 빠른 이별을 고하는 게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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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