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부터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이중 잠금장치로 굳게 닫혀진 쇠문 너머이다. 가지고 다녀야 할 열쇠가 제법 늘었다. 살벌하게도 문 앞에는 빨간 글씨로 '관계자외출입금지'와 '감시용 카메라 녹화중'이라 쓰인 팻말이 달려 있어 괜한 잡상인에 시달릴 일은 없다. 관계자라는 출입자들이 있긴 하지만 거의 나 혼자만의 공간이기에 내게는 꽤 적절한 장소라 할 수 있다.
두터운 문을 따고 들어서면 조용한 혼자만의 공간이 나온다. 일주일의 대부분을 보내는 곳으로, 전자파와 각종 유해물질에 둘러쌓인 곳이다. 컴퓨터와 녹음장비 등 갖고 놀 장난감이 많은 관계로 업무보다는 노는 데 정신을 팔 수밖에 없는 곳이다. 원래는 녹음 작업실로 쓰이던 곳인데 일단 헤쳐리를 폈으니 확장만이 나의 살 길이다. 참, 이곳은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밀폐된 공간이다. 48시간 이상 이 안에 있으면 시간 개념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 해가 떴는지, 달이 떴는지...
두터운 쇠문 너머에 숨어 산다. 굳게 잠근 문을 뒤로 하고 시간 개념과 거리를 둔 채, 삶의 한 자락을 저 공간에서 보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