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취업을 통해 경제생활을 시작하고 결혼을 통해 새로운 가정을 꾸려간다. 아직 난 그러한 경제생활과 가정생활과는 거리가 멀지만, 새로운 환경을 개척하는 선후배 동기들의 모습은 늘 자신감과 두려움이 섞인 묘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날씨가 좋았던 2007년 6월의 어느 날, 학과 한 해 선배인 홍박사가 장가를 갔다. 사실 그보다 내가 먼저 결혼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역시 사람 일은 알 수 없는 것이다. 사람들이 많은 자리에서 부끄러워 빨개진 얼굴로 자기소개하던 홍박사. 그 숫기없는 인간이 장가를 간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결혼식장이 있는 창원까지 내려가는 버스 안에서 만난 한 해 선배들은 여전히 유치했다. 무게감 있는 90년대 초반 학번들과 달리 이들 내 한 해 위 선배들은 늘 가벼웠다. 그래서 더욱 그들이 좋다. 동기가 좋은 건, 첫 만남의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육체적인 나이를 떠나 정신 연령의 급격한 하락이라고나 할까. 아무리 유치하다고 해도 그냥 그 유치함을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바로 동기들을 만날 때이다. 그런데 난 동기들보다 한 해 선배들과 있을 때 더 유치함을 즐긴다.
촬영편집 : 허벅지대마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