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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09 논객, 그들은? 2 by 망명객
국립국어대사전은 '논객'을 "옳고 그름을 잘 논하는 사람. 또는 그런 일을 좋아하는 사람"을 일컫는 명사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평시 즐겨찾는 '독설닷컴'의 쥔장께서 '논객열전'을 써보겠노라고 하셨길래, 급히 논객에 대한  쓰잘데 없는 관심이 폭증합니다. (파워블로거의 이슈 가이드(issue guide) 역할을 적극 인정하는 바입니다.)

'논객'을 열쇳말로 학술DB를 검색해보니, 몇 건의 결과가 뜨더군요. 매체 환경 속 논객의 형성과 그 역할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논객은 역사적으로 근대언론이 태동하기 시작한 한말 이후 등장했습니다. 시대의 오피니언 리더이자 담론 생산자로서 개화 지식인들이 형성되면서 이 땅에 근대언론이 성장하게 됐죠. (국어사전식 의미의 논객이 아니라 미디어사회적 논객을 말합니다.)

장지연, 박은식, 신채호


언론史 연구자인 정진석 교수는 한말 언론은 '논객'들이 주도한 시기였다고 단언합니다. 한말부터 해방 직전 시기까지의 대표적인 논객으로 그는 장지연, 박은식 신채호, 양기택, 유근을 꼽습니다. 최남선과 이광수도 문장력과 시대상황에 미친 역할과 그 영향력으로 봐서 논객의 자질이 충분했습니다. 자질이 충분하다고 모두 논객으로 평가되는 건 아니었습니다. 정 교수는 당대의 논객을 문장력과 함께 처신과 기개가 일치된 인물로 평가합니다. 미문의 글재주가 아니라 기개와 혼이 들어 있는 글이 논객의 자격이란 것이죠.

정 교수가 꼽은 해방 후 논객 중 최석채 씨가 있습니다. 195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까지 언론인으로 활동한 그는 해방 후 언론계를 기자 중심 시대(50년대), 편집인 중심 시대(60년대), 경영자 중심 시대(70년대)로 구분합니다. 스타 기자 중심의 50년대가 끝나고 팀워크 중심의 60년대에 들어서면서 "논객이 웅혼한 필치로 천하대세를 호령하던 시대는 지나간 것"이라는 게 정 교수의 평가입니다. 신문 논객 시대가 지나간 이후 잡지 논객 시대가 펼쳐집니다. <사상계>와 <문학과지성>, <창작과비평> 등 계간지를 비롯한 잡지 전성시대가 이어지죠.

PC통신 시대를 거쳐 인터넷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일반적 '논객'은 '인터넷 논객'을 일컫는 말이 된 것 같습니다.

이기형 교수는 인터넷 논객을 "정치웹진이나 언론과 관련된 인터넷 언론·칼럼 사이트에서 정치적이고 사회성이 도드라진 이슈들과 그 이슈들이 제기되는 특정 국면에 대한 분석, 주장, 해석 그리고 자신의 견해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주장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합니다. 민경배 교수는 PC통신 게시판과 인터넷 웹진 등을 무대로 활동했던 논객들을 제1세대 논객으로 분류합니다. 딴지일보와 그 아류들이 속속 등장하고 망하던 시절을 뒤로하면서 제1세대 논객 시대가 퇴조하고 제2세대 논객 시대가 등장합니다. 오프라인 지식인들이 새로운 인터넷 논객층을 형성했고 정치 과정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참여자적 자세를 보여주며, 각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끊임없이 이합집산을 거듭하면서 몇 개 분파를 형성해 활동한다는 게 민 교수가 분석한 제2세대 논객의 특징입니다.

온라인에선 아고라와 블로그가 정치웹진을 대신하고 있죠. 이는 특정 정치웹진 중심의 논객 생성 과정이 더욱 큰 대양으로 나아간 셈입니다. 정파 지향적 채널 내에선 엄숙한 글이나 양비론적 글은 쉬이 비판 대상이 됩니다. 결국 그 비판이 새로운 채널을 찾아나서게 된 동인으로 작용했을 겁니다. 정파적인 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더욱 많은 독자를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플랫폼으로 진화한 것이죠. 물론 새로운 플랫폼으로 사람들이 몰린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고려사항이었겠죠.



온오프를 넘나들며 여러 논객들이 다양한 의견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이를 열전으로 풀어보겠다는 고재열 기자는 97년 창간한 '인물과 사상'의 강준만 교수처럼 꽤나 많은 공을 들여야 할 것입니다. 당대의 인물들을 평가해야 하는 작업이니까요. 윤건차 교수의 '현대 한국의 사상흐름'과 같은 작업이 되지 않을까요. 물론 재미는 기본이겠죠? ㅋㅋ


*참고문헌*
민경배 (2004) 사이버 공간의 논객과 폐인에 대한 사회학적 고찰, 한국사회학회 사회학대회 논문집.
이기형 (2004) 인터넷/정치웹진과 논객 사이트 읽기, 신문과방송 3월호.
장우영 (2005) 온라인 저널리즘의 정치적 동학 '논객사이트'를 중심으로, 언론과사회 13-2.
정진석 (1993) 인물로 본 한국언론 100년 23 / 언론사를 빛낸 논객들, 신문과방송 8월호.



Posted by 망명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