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살아야 하니까
보고읽고느끼고 :
2004. 9. 27. 11:37
1.
사람 좋아뵈는 얼굴로 환희 웃고 있는 주인공은 마치 술자리에서 '괜찮아, 세상 별거 있냐!'라며 위로의 술잔을 권하는 친구처럼 보인다.
그래서인지 그의 내뻗은 손 위에 소주잔이 쥐여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건 혼자만의 착각일까?
2.
추석연휴를 맞이해 내려온 고향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옛 친구의 부름에 술 한잔 나누고, 다음날 숙취에 아픈 머리를 감싸쥐며 동네 영화관을 찾는 것.
3.
이상을 위해 산다는 건 먹고 살아야 한다는 가장 현실적 문제와의 충돌이다. 울려대는 전화벨이 반갑지 않은 건 때로는 받기 싫은 전화가 받고 싶은 전화보다 더 큰 삶의 무게로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습관처럼 '소화제'만을 반복적으로 찾는 이유는 관성처럼 흘러가는 생의 모습.
4.
'다시 시작할래~'
달려오는 기차를 맞이하며 부르짓던 설경구의 '돌아갈래~'가 아닌 혼자 마시는 술에 전화기를 통해 어머니에게 울먹이던 이야기. 꿈은 이제 원형에서 현실에 맞춰 변신을 한다.
5.
'행복?'
클래식 음악의 긴장감보다 오히려 천박하다 이야기했던 '상하이 트위스트'에서 우리는 행복할지도 모른다. 과거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이끌어온 탄광촌에서 그 아비의 유희놀이가 아이들에게도 대물림 되었으리라. 신나면서도 슬픈 씬, 작은 일탈에서 주체는 더욱 변신의 속도는 더해만 간다.
6.
한 이상가의 현실과의 타협점을 찾아가는 여정. 그 여정의 끝은 죽음이겠지만 이제 중간 기착지에 내린 우리는 벚꽃 날리는 어느 봄날 옛 연인의 집 앞에 앉아 잘 받지 않던 전화를 먼저 걸고 있으련가? 중간 기착지는 회귀일 수도 있겠다. 회귀하는 모든 건 반동성을 내재하니까.
7.
영화는 희망이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이는 철저히 반동의 중독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아프고, 그래서 다섯명 밖에 들어차지 않은 영화관 맨 뒷구석에서 그렇게도 울었나보다.
그래도 살아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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