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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의 청년 읽기
- 『시대의 얼굴, 절망과 희망 사이』(박종철출판사, 1999)를 읽고

수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흥분 속에 새천년이 시작되었다. 광화문의 시끌벅적한 밀레니엄 맞이가 텔레비전을 통해 방송될 때, 동해안 삼척의 어느 작은 항구마을 치킨집에서 맥주 한잔으로 맞이한 새천년은 기대나 흥분보다는 그저 별다른 감흥 없이 살포시 다가오는 일상과 같이 평범하기 그지 없었다.
대망의 새천년 해돋이를 봐야겠다는 열망으로 떠났던 여행은 새벽부터 내린 비로 인해 여행 목적에 대한 회의감으로, 이는 또 자기 자신에 대한 회의감으로 밀려들며 뿌연 담배연기 같은 하늘 아래 늦잠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90년대 말의 절망감을 새천년 해돋이로 날려버리려 했던 건 어쩌면 너무나 큰 희망이었는지도 모른다. 절망 속의 희망 찾기. 어디 이런 사람이 나 뿐이겠는가.

해방과 한국전쟁, 4.19, 유신체제와 80년 광주, 87년 6월과 90년대. 굵직굵직한 한국 근현대사의 사건 속에 절망과 희망 사이에서 방황하는 청년들에 대한 삶이 우리 문학사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손창섭에서부터 윤대녕, 신경숙까지... 작가 류소영은 '시대의 얼굴, 절망과 희망 사이'에서 소설 속의 청년들을 당시의 시대상황과 90년대 말 현재 사이에서 하나하나의 의미를 조명하며 시대를 관통하는 청년의 모습에 대해 보여주고 있다.

대학이라는 공간, 그 상대적으로 안온한 일상과 지독하게 다양하면서 또한 지독하게 희미한 가능성 속을 허우적거리고 있는 우리들, 어떤 불가피한 상황과 그 상황 앞에서의 젊음에 대해...
그래, 청년은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절망 속에 희망을 찾고 그 사이에서 자신의 자아를 완성해가는... 아직은 미완이기에 그 나름대로 아름다운, 절망을 가장 순수하고 치열한 정열로 받아들일 수 있는...

짧은 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는 길, 해돋이를 마치고 돌아가는 차들로 밀려있는 영동고속도로 위에서 꿈결 속에 90년대를 정리해본다. 여행기간 함께 해준 동욱과 건표에게 감사하며 머물고만 있는 청춘과 사랑이 아니기에 하루하루를 의미있게 보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 2000년 입대 직전 후배의 부탁으로 학회지에 올렸던 졸문을 4년이 지나서 학교 어느 구석에서 발견하다. 당시의 나는 절망 속에 있었는지 희망 속에 있었는지 이젠 기억도 가물거리지만 그래도 희망을 이야기하는 듯한 결말 속에서 '꿈'을 믿고 있었다는 것만은 기억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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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