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꽃 넝쿨 우거진...
길위에서 :
2007. 5. 22. 20:28
자전거 도난으로 심란한 마음이지만 낙담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체념하고 사는 게 정신건강에 이로운 법이니까. 그저 도난당한 그 녀석 덕에 허리띠를 한 칸이나 줄일 수 있었으니 본전 뽑은 셈 칠 수밖에. 밝은 봄볕이 이른 더위를 재촉하니 누가 뭐래도 내 갈 길을 가야지.
누그러진 마음으로 외출을 하니 평상시 못보고 지나쳤던 동네 풍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특히 담배가게 앞, 형형색색의 장미꽃이 만발한 어느 담벼락이 눈길을 잡아끈다. 낮은 울타리 위를 지킬 수 있는 건 깨진 유리조각이나 뾰족한 창살들만 존재하는 줄 알았다. 적어도 내가 지냈던 서울의 동네는 그러했다. 타인에게 행복을 빼앗길까 두려워하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쌓아둔 벽과 번뜩이는 날들이 가득한 공간 말이다.
메아리 소리 해맑은 오솔길도 아니고 산새들 노래 즐거운 옹달샘 터도 아니다. 서울의 어느 구석 골목에서 장미꽃 넝쿨 우거진 집을 발견할 줄이야. 이 집 사람들은 비둘기처럼 다정한 사람들일까?
볕 아래 장미꽃 향기는 더욱 짙게 배어나고 영양가 없는 상상력을 발휘했던 하루.
꼬랑지 - 조금 슬픈 건, 담배가게에는 아가씨 대신 아저씨와 할아버지만 있다는 사실.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