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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8.13 대통령님. 미국산 쇠고기를 안 먹을 자신이 없어요 2 by 망명객
  2. 2008.08.12 건국 60주년에 대한 단상 2 by 망명객

그래요, 대통령님.

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된 후 미국산 쇠고기를 안 먹을 자신이 없습니다.

물론 저는 대통령님이 거론하신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반대하는 일인 중 한 사람입니다.

 

저도 몇 년 전 미국에 얼마간 체류하는 동안 쇠고기를 많이 먹었습니다.

돼지고기를 구경하기가 힘든 동네여서 그런지 육류 음식은 쇠고기 음식이 대부분이더군요.

미국에서 돈 없는 유랑객 주제에 좋은 음식 먹었겠습니까.

그저 길거리의 정크푸드라도 감지덕지죠.

물론 고국의 친구들은 광우병을 운운하며 되도록 쇠고기를 먹지 말라고 충고를 하더군요.

하지만 제 입장에서 선택권은 제한적이었습니다.

가난한 처지에 이것저것 따질 겨를이 없었던 거죠.

 

대통령님 말씀처럼 전 미국산 쇠고기를 먹을지도 모릅니다.

미국산 쇠고기인줄 알면서도 가벼운 주머니 사정 상 어쩔 수 없이 구매를 할 지도 모릅니다.

또 미국산 쇠고기임을 모르고 먹게 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이 강산이 한우 암행어사로 넘쳐날지라도 그 한 켠에서 이를 비웃으며 반칙을 할 무리들은 수두룩하니까요.

그런 경제 반칙왕은 아마 대통령님 자신이 더욱 잘 아실 겁니다.

 

대통령님.

한우 농가에 들러 명품 한우를 키워내야 한다고 하셨죠?

그게 수입에 맞선 우리 농가의 대비책이어야 한다고 역설하신 것으로 압니다.

전 그 이야기를 듣고 많이 슬펐습니다.

저처럼 가난한 자취생은 한우를 맛볼 기회가 없어지는 거니까요.

아마 이번 부시 대통령 방한을 제외하고 청와대에는 명품 한우만 납품되겠죠?

먹거리는 서민들 기준에 맞추어야 하는데, 대통령님은 농가를 위한답시고 부자들을 위한 이야기만 늘어놓으셨더군요.

기획재정부 장관님의 이야기처럼 양극화가 시대의 트랜드로 자리잡고 있다는데, 없는 사람은 수입 쇠고기만 찾아야 하는 겁니까?

 

우리나라 유수의 명문대를 졸업하시고 대기업 사장까지 지내셨으며, 결국 대통령까지 되신 분께서 어쩜 이리도 국민들 귀에 거슬리는 이야기를 꺼내십니까.

인터넷에 도는 이명박 어록에 또 한 구절의 명대사를 남기셨더군요.

과연 국민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의 이유로만 촛불을 든 줄 아십니까?

국민을 섬기게다더니 결국 섬기는 게 돈 있는 국민이었습니까?

이제 정말 당신이 우리나라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부끄럽습니다.

 

저도 쇠고기 좋아합니다.

주머니가 얇아 닭고기나 돼지고기를 주로 찾습니다.

제가 돈이 없다고 해도 알 건 압니다.

살짝 구워 소금장 찍어 입 안에 넣는 쇠고기의 그 부드럽고 쫄깃한 쇠고기 맛을.

그 맛의 향연을 즐기기 위해 한우가 아닌 수입 쇠고기, 미국산 쇠고기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슬픈 오후입니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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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60주년에 대한 단상  (2) 2008.08.12
Posted by 망명객

"광주에서 해방으로 민중진군 **년"

"반미 ***** 주체 **년"

 

90년대 후반, 운동권 학생들이 학내에 내건 대자보나 관련 문서에서 앞선 연호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각 운동조직의 철학과 운영기조들이 짧은 구호와 함께 연호에 녹아있었다. 물론 학내 문제보다 정치적 사안에 민감했던 운동권에 대한 반감과 반운동권 정서가 팽배히 일어나던 시기여서 대자보 열독률은 예전보다 시들해진 시기였다. 그래도 조직의 정체성이 담긴 연호를 사용했단 건 그만한 당위와 자존심을 지녔기 때문일 것이다.

 

2008년, 8.15를 건국 60주년으로 포장하려는 움직임 때문에 국가 전체가 시끄럽다. 60년을 뜻하는 한 갑자가 한국 사회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예로도 60번째 맞이하는 생일은 환갑이라 부르며 수연을 열어 크게 기념하곤 했다. 개인이 그러할진대 국가라고 환갑이 지니는 의미를 크게 포장하고자 하는 욕망이 없진 않으리라. 하지만 이미 광복절, 해방의 환갑 잔치는 지난 정권에서 대대적으로 치루고 난 뒤다. 잃어버린 10년 동안 국가적 환갑 잔치를 놓친 게 그렇게 배 아픈 일이었을까. 광복절을 건국절이라 달리 부르면서까지 국가적 환갑 잔치에 열을 올려야 할까?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헌법전문은? 헌법을 수호하라고 뽑은 대통령이다. 자기 입맛대로 동네 구멍가게 운영하듯 국가를 운영하라고 뽑는 자리가 아니라는 소리다. 역사의 위기는 단지 건망증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적 규모의 이동과 함께 급속하게 변화하는 다양한 미디어 시대에 현 존재를 어떻게 과거의 사건과 결부시컬 것인가의 문제는 단순히 행사명을 넘는 복잡다기한 문제이다 . "건국 60년"이란 호명이 단순히 산출된 건 아닐 것이다. 그래서 더욱 무섭다.

 

정부란 조직을 그리 신뢰하는 편은 아니지만 사회적 제반 구조를 제 입맛대로 구조화하려는 욕망 앞에선 쓴소리를 할 수밖에 없다. 일개 운동권 조직들이 사그라든 건 그 당위와 자존심이 학생 사회와 교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건 정권도 마찬가지다. 이 정권이 사회적 공감대는커녕 비웃음만 사는 이유는 정권 구성원들의 욕망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Posted by 망명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