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미국산 쇠고기를 안 먹을 자신이 없어요
그래요, 대통령님.
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된 후 미국산 쇠고기를 안 먹을 자신이 없습니다.
물론 저는 대통령님이 거론하신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반대하는 일인 중 한 사람입니다.
저도 몇 년 전 미국에 얼마간 체류하는 동안 쇠고기를 많이 먹었습니다.
돼지고기를 구경하기가 힘든 동네여서 그런지 육류 음식은 쇠고기 음식이 대부분이더군요.
미국에서 돈 없는 유랑객 주제에 좋은 음식 먹었겠습니까.
그저 길거리의 정크푸드라도 감지덕지죠.
물론 고국의 친구들은 광우병을 운운하며 되도록 쇠고기를 먹지 말라고 충고를 하더군요.
하지만 제 입장에서 선택권은 제한적이었습니다.
가난한 처지에 이것저것 따질 겨를이 없었던 거죠.
대통령님 말씀처럼 전 미국산 쇠고기를 먹을지도 모릅니다.
미국산 쇠고기인줄 알면서도 가벼운 주머니 사정 상 어쩔 수 없이 구매를 할 지도 모릅니다.
또 미국산 쇠고기임을 모르고 먹게 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이 강산이 한우 암행어사로 넘쳐날지라도 그 한 켠에서 이를 비웃으며 반칙을 할 무리들은 수두룩하니까요.
그런 경제 반칙왕은 아마 대통령님 자신이 더욱 잘 아실 겁니다.
대통령님.
한우 농가에 들러 명품 한우를 키워내야 한다고 하셨죠?
그게 수입에 맞선 우리 농가의 대비책이어야 한다고 역설하신 것으로 압니다.
전 그 이야기를 듣고 많이 슬펐습니다.
저처럼 가난한 자취생은 한우를 맛볼 기회가 없어지는 거니까요.
아마 이번 부시 대통령 방한을 제외하고 청와대에는 명품 한우만 납품되겠죠?
먹거리는 서민들 기준에 맞추어야 하는데, 대통령님은 농가를 위한답시고 부자들을 위한 이야기만 늘어놓으셨더군요.
기획재정부 장관님의 이야기처럼 양극화가 시대의 트랜드로 자리잡고 있다는데, 없는 사람은 수입 쇠고기만 찾아야 하는 겁니까?
우리나라 유수의 명문대를 졸업하시고 대기업 사장까지 지내셨으며, 결국 대통령까지 되신 분께서 어쩜 이리도 국민들 귀에 거슬리는 이야기를 꺼내십니까.
인터넷에 도는 이명박 어록에 또 한 구절의 명대사를 남기셨더군요.
과연 국민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의 이유로만 촛불을 든 줄 아십니까?
국민을 섬기게다더니 결국 섬기는 게 돈 있는 국민이었습니까?
이제 정말 당신이 우리나라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부끄럽습니다.
저도 쇠고기 좋아합니다.
주머니가 얇아 닭고기나 돼지고기를 주로 찾습니다.
제가 돈이 없다고 해도 알 건 압니다.
살짝 구워 소금장 찍어 입 안에 넣는 쇠고기의 그 부드럽고 쫄깃한 쇠고기 맛을.
그 맛의 향연을 즐기기 위해 한우가 아닌 수입 쇠고기, 미국산 쇠고기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슬픈 오후입니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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