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60주년에 대한 단상
"광주에서 해방으로 민중진군 **년"
"반미 ***** 주체 **년"
90년대 후반, 운동권 학생들이 학내에 내건 대자보나 관련 문서에서 앞선 연호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각 운동조직의 철학과 운영기조들이 짧은 구호와 함께 연호에 녹아있었다. 물론 학내 문제보다 정치적 사안에 민감했던 운동권에 대한 반감과 반운동권 정서가 팽배히 일어나던 시기여서 대자보 열독률은 예전보다 시들해진 시기였다. 그래도 조직의 정체성이 담긴 연호를 사용했단 건 그만한 당위와 자존심을 지녔기 때문일 것이다.
2008년, 8.15를 건국 60주년으로 포장하려는 움직임 때문에 국가 전체가 시끄럽다. 60년을 뜻하는 한 갑자가 한국 사회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예로도 60번째 맞이하는 생일은 환갑이라 부르며 수연을 열어 크게 기념하곤 했다. 개인이 그러할진대 국가라고 환갑이 지니는 의미를 크게 포장하고자 하는 욕망이 없진 않으리라. 하지만 이미 광복절, 해방의 환갑 잔치는 지난 정권에서 대대적으로 치루고 난 뒤다. 잃어버린 10년 동안 국가적 환갑 잔치를 놓친 게 그렇게 배 아픈 일이었을까. 광복절을 건국절이라 달리 부르면서까지 국가적 환갑 잔치에 열을 올려야 할까?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헌법전문은? 헌법을 수호하라고 뽑은 대통령이다. 자기 입맛대로 동네 구멍가게 운영하듯 국가를 운영하라고 뽑는 자리가 아니라는 소리다. 역사의 위기는 단지 건망증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적 규모의 이동과 함께 급속하게 변화하는 다양한 미디어 시대에 현 존재를 어떻게 과거의 사건과 결부시컬 것인가의 문제는 단순히 행사명을 넘는 복잡다기한 문제이다 . "건국 60년"이란 호명이 단순히 산출된 건 아닐 것이다. 그래서 더욱 무섭다.
정부란 조직을 그리 신뢰하는 편은 아니지만 사회적 제반 구조를 제 입맛대로 구조화하려는 욕망 앞에선 쓴소리를 할 수밖에 없다. 일개 운동권 조직들이 사그라든 건 그 당위와 자존심이 학생 사회와 교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건 정권도 마찬가지다. 이 정권이 사회적 공감대는커녕 비웃음만 사는 이유는 정권 구성원들의 욕망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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