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는 책과 함께?

길위에서 : 2004. 9. 28. 18:19
지난 금요일 오전, 아니 정확히는 목요일 오전부터 시작된 내 추석연휴는 이번주 목요일까지다. 이 긴 연휴를 어떻게 보낼까, 하는 고민은 당연히 도서관으로 귀결되는데, 고민은 고민으로만 끝나버리는 것 같다.

고민은 고민으로 끝나버리더라도 고민의 핵심은 읽기 행위이기에 그 장소가 도서관이든 집이든 무슨 상관이랴.

금요일 독문과 반성완 교수님의 '현대유럽사정' 수업을 위해 에릭 홉스본의 『극단의 시대 : 20세기 역사』중 2장 「혁명의 시대」를 읽고 짧은 감상문을 제출해야 하며, 이번주 수업을 위해서는 적어도 3장까지는 읽어둬야 한다. (강조하지만 제출해야 하고 읽어둬야 한다. 아직 둘 다 진행형이란 소리다.)
『극단의 시대』 2장 서평을 쓰다보니 책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유명 보도사진들이 눈길을 끈다. 결국 보도사진과 관련한 자료를 찾다가 학교 전자책 도서관에서 『세계 사진사 32장면』에 흥미가 당겨 내 인생 처음으로 전자책을 빌려 읽다가, 내 손에 잡히는 실체로서의 인쇄매체가 아닌 모니터 앞에서의 독서에 금새 싫증을 느꼈다. 또한 아직 못다한 일이 있지 않던가. 다시 『극단의 시대』로 돌아간다.

『극단의 시대』의 짜증스런 번역을 읽다보니 문득 러시아 혁명에 대한 부족한 지식을 한탄하게 된다. 그리하여 예전에 선물 받았던 E.H.카의 『러시아 혁명』으로 손이 옮겨간다. 모 선배가 내게 남겨준 글이 속표지에 남겨져 있고 역자인 신계륜 씨가 열린우리당 의원임을 깨닫게 된다. 결국 이것 또한 '인터내셔널'의 역사적 변천 과정에 대한 의문이 일어 3장 읽기 직전 도서출판 오월에서 출간했던 만화책 『사회주의』로 텍스트를 바꾼다. 어차피 얇은 책이라 금새 읽어버렸다. 다시 『러시아 혁명』으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당장 급한 『극단의 시대』로 돌아갈까 고민하던 도중 후배와 함께 연휴기간 읽기로 약속했던 『SPA 종합교양』이 만만치 않은 분량이었음을 깨닫고 이를 열심히 읽었다. 이게 명절 하루 전날인 어제까지의 상황이다.

추석,
아침 일찍 집안 차례를 시작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집에 돌아온 시간이 오후 6시. 이제 내 손은 예전에 일독했던 진중권씨의 '시칠리아의 암소'로 옮겨간다. 물론 『러시아 혁명』과 『사회주의』 또한 예전에 일독했던 책이지만 이놈의 휘발성 지식들을 오롯이 보존하지 못하는 못난 짱구를 탓할 수 밖에...

결국 귀성날 책가방만 무거워질 듯 싶다.


오늘의 문제점 - 텍스트에 대한 집중력 저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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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