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이 애완견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는 아가씨 매리. 지저분한 차림새(나름 스타일이라 우길 수도 있겠지만)에 유명작가를 꿈꾸는 대구.

대부업에 쏟아지는 사회적 여론 못지않게 쩐의전쟁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현시점에서 매리대구공방전은 쉬이 잊혀질 드라마라 생각했다. 고대를 살아간 조상들의 이야기를 민족의 이름으로 불러낸 이후 유부남과 유부녀의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드라마의 흐름 상,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하는 스타들을 내세우는 경우가 아니라면 시청율이 편치 않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매리대구공방전의 성적은 저조하다. 하지만 이 드라마 은근히 매력적이다. 너무나 일상적인 인물군상들의 출현에 그 출발은 오히려 불편하기까지 했다. 익숙하지 않은 주인공들의 과장스런 연기와 조금은 어색한 상황설정들이 그런 것.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무언가 있다.

대개의 청춘물은 사랑을 통해 남여주인공의 상호결핍을 채워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일반화하자면 가난하지만 꿈이 있는 사람과 부유하지만 그 속에 허무가 가득한 자의 만남과 같은 내용말이다. 그러나 매리와 대구는 각자가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단순히 사랑이 밥먹여 주는 건 아니잖는가. 물론 현실이 호락호락하진 않지만 각자의 꿈에 충실하고자 하는 케릭터는 우리들의 모습.

삶은 조금 과장이 섞여야 제 맛이 아니던가. 어차피 선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법이다. 불편함을 자아내던 극 초반의 과장된 연기는 회가 거듭될수록 점점 익숙해진다. 매리와 대구 그 특유의 말투까지도. 사회적으론 걱정스러운 커플이지만 드라마에서는 늘 함께 행복하길...

네멋대로해라 이후 이런 포스를 지닌 드라마는 오랜만인 듯.

- 선배집에 얹혀살며 '고기를찾는사람들'과 같은 모임 회원으로 있는 대구에게 내가 심한 동질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일지도... 그리고 매리를 닮은 그 아이도...

Posted by 망명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