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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길위에서 : 2008. 12. 17. 15:05

출처: 한겨레신문



한겨레신문에 재미 있는 기사가 실렸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네의 에코 겨우살이'란 제목으로 조 기자의 생활 속 에너지 줄이기 실천 사례를 소개한 내용이다. 눈에 띄는 건 지면 우측 상단에 배치된 조 기자의 사진. 사실 조 기자보다는 그 뒤 서가에 더욱 눈이 간다. 그래도 카디건에 수면양말까지 챙기고 무릎담요를 덮고 앉아 있는 조 기자가 있어 거실에 꾸며진 서재가 더욱 여유로워 보이는 건 인정해야겠다.

이규태 조선일보 전 논술고문의 서재 모습. 출처: 한겨레21


아마 고 이규태 논설위원의 서재 사진을 보게 된 건 내가 어느 선배의 집에 빌붙어 살 때였다. 얼핏 봐도 선배와 함께 살던 원룸보다 훨씬 넓은 공간을 서재로 사용하는 이 논설위원이 그 때는 무척이나 부러웠다.

2년 전, 서울의 어느 구석에 내 이름으로 된 조그만 월세방을 구할 수 있었다. 그때의 기분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비록 부모님께서 도와주셨고 서향이긴 했지만 서울 생활 10년 만에 나만의 방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더욱이 옥탑이나 반지하가 아니기에 더욱 뿌듯했다. 비록 좁은 원룸이지만 책장은 좋은 걸 들여놨다. 사무실과 학교, 고향집 등에 분산되어 있던 책들을 긁어모아 책장 두 개를 채웠을 때의 희열. 물론 그 책들 모두 다 읽은 건 아니었다.

나만의 공간에서 나만의 서재를 꾸미는 일은 각별하다. 물론 꼭 혼자만 하라는 법은 없다. 두 사람 혹은 가족이 함께 꾸며도 좋은 공간이 서재다. 오죽하면 '서재 결혼 시키기'란 책까지 있겠는가.

고인의 유언대로 이 위원의 장서는 연세대 도서관에 기증됐다. 그의 서재는 지금 비어있을까? 압도적인 이 위원의 서재보다 조금은 살뜰해 보이는 조 기자의 서재가 더 마음에 와 닿는다. 물론 이사갈 때는 한 짐 가득한 책들이 부담스럽기도 하겠지만, 최후의 허영심은 지킬 것이다. 

이번 겨울방학은 조 기자처럼 카디건을 걸치고 따뜻한 코코아 한 잔 들며 조용히 지내고 싶다. 

물론 마지막 학기만 남았는데, 과연 그런 여유를 부릴 수 있을지의 여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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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