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뭐 할 거야?"
내 물음에 선배 K는 줄담배로 응수했다. 어느덧 사표를 집어던진지 9개월째라는 그녀에게 낯선 사물로부터의 탈출을 축하하는 대신 딱히 답 없는 미래를 물어본 내가 한심했다. 하늘은 무척이나 파랗고 구름은 솜털처럼 하얗다. 노천에 드러누워 뷰 파인더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K와 내가 줄창 피워대는 구름과자가 바람에 흩어진다. CCD에 그 바람을 담고 싶었다. 시멘트 바닥 위에 누운 방만한 자세로 책임질 수 없는 셔터 몇 방을 누른다. 기말고사 기간, 금요일 늦은 오후의 노천극장에는 바람이 빚어낸 서걱거림만 가득하다.
시멘트의 서늘함 아래 갇힌 성긴 흙 알갱이들도 이 바람을 느낄 수 있을까. 흙으로 빚어낸 오카리나의 숨소리가 아득히 들려왔다. 돈 문제로 휴대전화기를 붙잡고 실갱이 하고 있는 K와 제대로 인사를 나누지도 못한 채, 난 회의 참석을 위해 다시 콘크리트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K 선배,
아프지 말고 건강해야 해~!
내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