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 답답할꼬...
“대선 앞둔 한국, 점집 붐벼” 조선일보
늘 선거철이면 고질적으로 따르는 병폐 중 하나가 이합집산이다. "내 과거를 묻지 마세요~"의 순정멜로부터 "우리가 남이가~"의 버디무비형으로 세를 모은 후보들은 세치 혀의 하드코어 액션(가끔 진짜 활극이 벌어지기도 한다)을 펼친다. 아, 살부의 비장함은 필수요소이니 빼먹지 않도록 한다. 물론 액션영화임을 자처하는 건 후보들 뿐이다. 민망한 선정성에 연령별 등급제도를 선거판에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어차피 장기적으로 보면 피가 튀고 사지가 절단되어도 도저히 웃지 않고 배길 수 없는 스플래터무비류이기에 패스...
선거가 미래를 담보로 이루어지는 설득과정임을 감안한다면 SF류가 대부분이다. 물론 고약한 이들은 늘 호러무비를 찍으려 한다. "너 빨간색 휴지 많이 쓰지?", "표는 죽어서 말이 없다" 전자는 한국정치의 전통적인 호러 요소이며 후자는 근래에 등장한 호러 요소이다. 이 두 요소는 그 뿌리가 다르지만 공포심 조장의 거울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요상한 사이다. 다만 시간의 경과에 따라 전자의 위력이 반감되는 동시에 후자의 위력이 배가되고 있다.
자, 어쨌든 당선자가 결정되면 일련의 선거과정은 끝을 맺는다. 물론 그 끝은 늘 감동적인 드라마다. 그리고 그 드라마 이후에는 선거철 내내 여타 장르에 밀렸으나 암암리에 유통되었던 첩보물이 유행한다.
일련의 선거과정을 통해 다양한 장르들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선거의 동기와 시작, 그리고 그 끝을 아우르는 장르가 있었으니 오컬티즘이 그것이다. 선거의 결과가 유권자의 삶의 질을 바꿀 수 있는 문제이니 선거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인원들이야 오죽하겠는가. 향후 보장된 5년을 사느냐, 아니면 잃어버린 5년을 사느냐의 문제가 걸려있으니 그 심정이야 침이 마르고 피가 마르는 과정일 것이다.
반년의 레이스가 남은 상황에서 누군들 답답하지 않은 후보들이 있겠냐만, 특히 더욱 답답한 주인공들은 대부분 우주전쟁 너머 난쟁이 마을에 모여사는 분들이리라. (예전 모 후보군은 칠용이니 육용이니 해서 천상대전을 누볐으나, 세월의 어수선함은 이무기는 커녕 백설공주 빠진 난쟁이들만 만들었구나.) 그리하여 존재하는 게 무릎팍 도사가 아니겠는가.
부채도사님의 도력이 다하여 새로 등장한 무릎팍 도사는 벌써 체구부터 남다르다. 가끔 브라운관에서 그의 얼굴을 확인할 때마다 구형 좁은 브라운관을 탓할 수밖에 없는 나로서는 다시 브라운관을 통해 전국 수많은 무릎팍 도사들의 위력을 확인해야 하는 숙명을 타고났다. 혹시 아는가, 브라운관을 통해 신내림을 받게 될지.
그나저나 어느 굿판에서 무당 아줌씨가 내게 점지한 자수성가는 언제 이루어지나? 점쟁이로부터 장관상이라는 말을 들었다는 선배를 찾아가 점집 위치나 물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