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정문 앞 나무 한 그루
이미지 잡담 :
2008. 6. 3. 01:15
학교 정문에 들어서면 마치 영이 서린 듯한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학생들은 그 나무 아래에서 꾕가리를 치고 북을 울리며 시대의 바람을 기원하는 장승을 세웠다. 세월이 흐르면서 학교 정문으로 들어서는 얼굴들도 바뀌었다. 하지만 나무는 변치 않고 그 자리를 지키리라 믿었다.
믿음은 소망으로만 끝나는 경우가 많다. '위험안전제일'이란 글자가 선명한 공사 안전 테이프 너머로 나무가 보이지 않는다. 마치 심시티를 하듯 빈 공터마다 건물을 올리던 이 학교가 정문 앞을 지키던 한 그루의 나무마저 뽑아버렸다.
그저 심드렁한 표정으로 나무가 뽑힌 자리를 바라보며 내 갈 길을 재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