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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23 대통령 노무현, 인간 노무현 2 by 망명객
  2. 2009.05.11 다문화사회의 미디어 by 망명객
  3. 2009.05.09 논객, 그들은? 2 by 망명객
  4. 2009.05.05 G메일 이용을 권유하는 이유... by 망명객
  5. 2009.05.05 내 책상 위 F4 by 망명객
  6. 2009.04.30 날자꾸나~ by 망명객
  7. 2009.04.28 경포대해수욕장, 짧은 여행의 기록 2 by 망명객
  8. 2009.04.27 이주노동자의방송 4주년 기념 후원의밤 by 망명객
  9. 2009.04.22 사진 크롭의 힘! 2 by 망명객
  10. 2009.04.17 당신은 얼마짜리 대학생입니까? 2 by 망명객
대통령 노무현을 지지하진 않았지만, 인간 노무현의 죽음은 말 그대로 충격이다.

노무현의 바보같은 인간성을 믿었기 때문이다.


온 가족을 텔레비전 앞에 잡아뒀던 5공 청문회 스타.

당시 동네 미장원에서 곁눈질로 살펴본 주부생활의 한 페이지에는 노무현의 젊은 사진이 채워져 있었다.

80년대의 청문회 스타는 결국 대통령이 됐다.

'보통 사람'답지 않았던 노태우, '3당 합당' 김영삼, '인동초' 김대중 이후 '바보' 노무현이 대통령이 된 것.

난 그 바보가 좋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책을 실랄하게 비판했지만, 적어도 그는 퇴임 후 직접 수의를 입게 되거나 그 가족이 구속되는 일은 없을 거라 믿었다.


그가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데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주길, 난 그렇게 빌었다.

표적수사니 정치적 타살이니, 벌써부터 세상은 말이 넘쳐난다.

그저 난 그가 겪었을 심적 갈등에 인간적 연민을 느낀다.

그가 이렇게 죽지 않았더라면, 난 죄는 죄일 뿐이라고 매몰찬 이야기를 꺼냈을 것이다.


한 인간의 죽음 앞에선 그저 아련한 연민이 앞설 뿐이다.

바보 노무현, 가장으로서 일가를 꾸려가던 그가 자신의 허물에 느꼈을 그 양심적 갈등.

난 노무현의 죽음 앞에서 그의 양심에 고개를 숙일 뿐이다.

바보같은 사람, 자연인 노무현으로 편히 쉬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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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


매주 일요일마다 전 외국인근로자센터에서 이주노동자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작년 9월, 센터에서 전 한 학기 동안 컴퓨터 초급반을 가르쳤습니다.

이전 포스팅에서도 밝혔듯 컴퓨터 초급반은 컴퓨터의 기본 구성과 윈도우 기초, 이메일 활용 등을 가르치고 배우는 자리입니다. 학기 말에 진행되는 정기적인 발표회를 위해, 저희 초급반 학생들은 자신만의 블로그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블로그의 개념이나 작동원리 등은 무시하고, 일단 만들어보자는 심산이었죠. 국적과 학력 등이 제각각인 학생들에게 블로그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없었습니다. 매주 일요일 센터에서의 한 시간 반 교육 시간이 컴퓨터를 접하는 유일한 시간이었던 이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위 UCC를 만든 친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이 젊은 친구에게는 아직 개인용 컴퓨터가 없습니다.
제가 수업 시간에 보여준 구글 서비스들을 이용해 이 젊은 친구가 UCC를 만든 것입니다. 한국에서의 노동과 그 사이의 짧은 여유. 그 짬을 이용해 자신의 삶의 켜를 하나의 UCC로 엮어낸 친구의 노력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다른 인도네시아 친구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한국 속담을 인도네시아어로 풀어 쓰는 포스팅을 올리려 합니다. 다문화사회의 미디어는 이런 모습이어야 합니다. 자생적인 민족 미디어(ethnic media)가 자리를 잡을 때, 비로소 다문화사회가 도래한다고 전 믿습니다. 신문과 방송은 초기 자본이 필요하지만, 웹은 비용 면에서 저렴하거든요.

우리 안의 타인으로 살아가는 이주민들이 자신의 시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때, 그때 진정 다문화사회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Posted by 망명객
국립국어대사전은 '논객'을 "옳고 그름을 잘 논하는 사람. 또는 그런 일을 좋아하는 사람"을 일컫는 명사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평시 즐겨찾는 '독설닷컴'의 쥔장께서 '논객열전'을 써보겠노라고 하셨길래, 급히 논객에 대한  쓰잘데 없는 관심이 폭증합니다. (파워블로거의 이슈 가이드(issue guide) 역할을 적극 인정하는 바입니다.)

'논객'을 열쇳말로 학술DB를 검색해보니, 몇 건의 결과가 뜨더군요. 매체 환경 속 논객의 형성과 그 역할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논객은 역사적으로 근대언론이 태동하기 시작한 한말 이후 등장했습니다. 시대의 오피니언 리더이자 담론 생산자로서 개화 지식인들이 형성되면서 이 땅에 근대언론이 성장하게 됐죠. (국어사전식 의미의 논객이 아니라 미디어사회적 논객을 말합니다.)

장지연, 박은식, 신채호


언론史 연구자인 정진석 교수는 한말 언론은 '논객'들이 주도한 시기였다고 단언합니다. 한말부터 해방 직전 시기까지의 대표적인 논객으로 그는 장지연, 박은식 신채호, 양기택, 유근을 꼽습니다. 최남선과 이광수도 문장력과 시대상황에 미친 역할과 그 영향력으로 봐서 논객의 자질이 충분했습니다. 자질이 충분하다고 모두 논객으로 평가되는 건 아니었습니다. 정 교수는 당대의 논객을 문장력과 함께 처신과 기개가 일치된 인물로 평가합니다. 미문의 글재주가 아니라 기개와 혼이 들어 있는 글이 논객의 자격이란 것이죠.

정 교수가 꼽은 해방 후 논객 중 최석채 씨가 있습니다. 195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까지 언론인으로 활동한 그는 해방 후 언론계를 기자 중심 시대(50년대), 편집인 중심 시대(60년대), 경영자 중심 시대(70년대)로 구분합니다. 스타 기자 중심의 50년대가 끝나고 팀워크 중심의 60년대에 들어서면서 "논객이 웅혼한 필치로 천하대세를 호령하던 시대는 지나간 것"이라는 게 정 교수의 평가입니다. 신문 논객 시대가 지나간 이후 잡지 논객 시대가 펼쳐집니다. <사상계>와 <문학과지성>, <창작과비평> 등 계간지를 비롯한 잡지 전성시대가 이어지죠.

PC통신 시대를 거쳐 인터넷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일반적 '논객'은 '인터넷 논객'을 일컫는 말이 된 것 같습니다.

이기형 교수는 인터넷 논객을 "정치웹진이나 언론과 관련된 인터넷 언론·칼럼 사이트에서 정치적이고 사회성이 도드라진 이슈들과 그 이슈들이 제기되는 특정 국면에 대한 분석, 주장, 해석 그리고 자신의 견해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주장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합니다. 민경배 교수는 PC통신 게시판과 인터넷 웹진 등을 무대로 활동했던 논객들을 제1세대 논객으로 분류합니다. 딴지일보와 그 아류들이 속속 등장하고 망하던 시절을 뒤로하면서 제1세대 논객 시대가 퇴조하고 제2세대 논객 시대가 등장합니다. 오프라인 지식인들이 새로운 인터넷 논객층을 형성했고 정치 과정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참여자적 자세를 보여주며, 각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끊임없이 이합집산을 거듭하면서 몇 개 분파를 형성해 활동한다는 게 민 교수가 분석한 제2세대 논객의 특징입니다.

온라인에선 아고라와 블로그가 정치웹진을 대신하고 있죠. 이는 특정 정치웹진 중심의 논객 생성 과정이 더욱 큰 대양으로 나아간 셈입니다. 정파 지향적 채널 내에선 엄숙한 글이나 양비론적 글은 쉬이 비판 대상이 됩니다. 결국 그 비판이 새로운 채널을 찾아나서게 된 동인으로 작용했을 겁니다. 정파적인 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더욱 많은 독자를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플랫폼으로 진화한 것이죠. 물론 새로운 플랫폼으로 사람들이 몰린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고려사항이었겠죠.



온오프를 넘나들며 여러 논객들이 다양한 의견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이를 열전으로 풀어보겠다는 고재열 기자는 97년 창간한 '인물과 사상'의 강준만 교수처럼 꽤나 많은 공을 들여야 할 것입니다. 당대의 인물들을 평가해야 하는 작업이니까요. 윤건차 교수의 '현대 한국의 사상흐름'과 같은 작업이 되지 않을까요. 물론 재미는 기본이겠죠? ㅋㅋ


*참고문헌*
민경배 (2004) 사이버 공간의 논객과 폐인에 대한 사회학적 고찰, 한국사회학회 사회학대회 논문집.
이기형 (2004) 인터넷/정치웹진과 논객 사이트 읽기, 신문과방송 3월호.
장우영 (2005) 온라인 저널리즘의 정치적 동학 '논객사이트'를 중심으로, 언론과사회 13-2.
정진석 (1993) 인물로 본 한국언론 100년 23 / 언론사를 빛낸 논객들, 신문과방송 8월호.



Posted by 망명객


지난 학기(작년 9월)부터 매주 일요일마다 전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로 봉사활동을 나가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 컴퓨터 교육이 제가 담당하고 있는 일입니다.

이번 학기 제가 가르치는 과목은 '워드'입니다.
교육생이요?
국적과 학력, 연령대도 다양한 이주노동자들입니다.
이들에게 저도 익숙지 않은 '워드'를 가르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랍니다.
단, 제가 주력하는 건, 이주노동자들이 좀 더 인터넷과 컴퓨터를 원활히 활용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초급반인 경우, 인터넷은 고사하고 컴퓨터를 처음 만져보는 친구들도 있답니다.
초급반 수업 내용은 컴퓨터 키고 끄기, 이메일 만들고 활용하기 등이 포합돼 있습니다.
바로 이 이메일 만들기가 저희 자원교사들의 골칫거리죠.

이주노동자들의 메일 만들기는, 언젠가는 본국으로 돌아갈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다음이나 네이버와 같은 토종 포털 제공 메일 서비스 대신 글로벌 기업의 메일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는 편입니다.
특히 MSN 메신저 활용을 위해 MSN 메일 서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죠.
(MSN 메신저를 활용하고자 하는 건 아무래도 컴퓨터 자원교사들의 연령과 큰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

하지만 MSN 가입이 그리 쉬운 건 아닙니다.
윈도우 라이브 연동을 시키면서 더더욱 MSN 가입이 더욱 어려워졌더군요.
여럿이 공용으로 이용하는 교육용 컴퓨터론 MSN 가입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돌아간 곳이 G메일입니다.
동남아와 몽골 출신 젊은 교육생 중에는 이미 야후 서비스를 적극 이용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만, 저는 저희 교육생들에게 극구 구글을 이용하길 권합니다.
아, 일부는 다음메일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다음은 국내 거주 가입 시 핸드폰 인증만으로도 가입이 가능하더군요.
그래도 그놈의 인증 문제 때문에 저는 교육생들을 구글로 인도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평생 우리나라 땅에서 살 것도 아닌데, 우리나라 사이트를 이용할 이유가 없잖습니까.

구글은 몇몇 국가에 한해선 환경 설정을 통한 자국어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MSN도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한다지만 현지화률이 높고 그놈의 상술이 짜증나더라고요.
각종 구글 서비스 활용법 교육을 통해 국내 거주 이주민들이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게 저의 최종 목표입니다.

포괄적으로 국내 인터넷 세계에 적용되고 있는 실명제와 검찰의 이메일 압수수색.
아시아 민주주의 국가의 선두이자 IT 강국, 우리나라의 긍정적 이미지들은 이미지일 뿐?
영어FM이 다문화방송으로 포장되고 있는 사회 속, 이주민들의 원활한 의사소통은 우리 법령이 닿지 않는 글로벌 기업들이 돕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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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상 위 F4

이미지 잡담 : 2009. 5. 5. 15:35

내 책상 위 F4.
드라마 '꽃보다 남자' 2009 1/4분기 히트작 기록 겸~
낚시 겸~ (응~?)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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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

날자꾸나~

이미지 잡담 : 2009. 4. 30. 16:45

날자꾸나.
그래 날아보자꾸나.
저 링에 덩크슛을 넣을 수 있도록 힘차게 날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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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잠시 경포대해수욕장을 거닐다 돌아왔습니다. 단 하루짜리 여행. 영동고속도로 위, 제 몸을 서울에 붙잡아두려는 몇 통의 전화가 울립니다. 동녘으로 향하는 차 안에선 다급한 통화 상대에게 느긋하게 기다리라는 대꾸밖에 달리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습니다. 몸뿐만 아니라 이미 제 마음은 동해 바닷가를 거닐고 있었습니다.

4년 전 비슷한 시기에 동해 바닷가를 찾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정말 갑작스레 여행을 떠나게 됐었죠. 속초의 어느 바닷가에서 전 갓 인연을 시작한 그 아이에게 휴대전화기 너머로 파도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다음엔 꼭 둘이 함께 동해를 보러 오자는 약속을 파도의 꼬리에 잇대어 그 아이에게 전했었죠.

옛 약속은 바람과 함께 흘러가버렸지만 경포대해수욕장의 파도는 4년 전 속초의 파도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다만 같은 4월임에도 불구하고 올 4월의 동해바다는 겨울바다만큼이나 을씨년스럽더군요. 제 주관이 깊이 간여한 결과겠죠. 그래도 함께 한 친구들이 있어 우리는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어줍짢은 농담들을 주고받습니다.

여전히 해풍 속 끽연은 제맛이더군요. 담배꽁초를 주머니에 고이 모신 뒤, 다급한 목소리들이 기다리는 서울로 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영동고속도로 상행선(?) 위로 생활의 노을이 길게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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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34


지난 25일 저녁에 이주노동자의방송 4주년 기념 후원의밤이 열렸습니다.
추적거리는 날씨 속에서도 많은 분들이 자리를 채우고 계시더군요.
열심히 서빙하고 있던 자원봉사자분들도 많으시고요.

아는 얼굴들 사이에서 몇 잔의 술을 나누고 몇 다발의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하림 씨가 초대가수로 노래를 했고, 이주노동자 밴드 '스탑 크랙다운(Stop Crackdown)'이 공연을 펼쳤습니다.
늦은 밤, 추적거리는 날씨로 거리에는 한기가 가득했습니다.
추위에는 늘 사람의 품이 그립답니다.
몇 잔의 술과 몇 다발의 이야기, 그 사이에서 이주민의 꿈과 노래, 노동과 삶이 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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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

사진 크롭의 힘!

길위에서 : 2009. 4. 22. 02:16

중간고사 시즌이다.
대학 홍보 기사를 담당하고 있는 입장에서 학생들의 열공 시즌을 놓칠 순 없었다.
'A+를 향한 열정 너머에 존재하는 채점의 세계'가 취재 소재로 결정됐다.

이를 취재한 학생기자가 기사와 함께 사진을 송고해왔다.
기사는 둘째 치더라도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수평이 어긋나고 초점이 나간 사진이었다.
담당 학생기자에게 전화로 피의 불벼락을 내렸다.

자정이 넘은 시간, 카메라를 둘러매고 학내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 신세야~" 장탄식이 쏟아진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도서관에선 제법 많은 학생들이 시험 공부를 하고 있었다.

대충 그림이 나올만 한 곳에서 난 카메라를 높이 들고 셔터를 눌렀다.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생각보다 빈 자리들이 크다.
몇몇 알고 지내던 녀석들에게 부탁해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다시 셔터를 눌렀다.

급히 찍은 것 치곤 괜찮겠다 싶어 위 사진을 기사에 쓰기로 결정했다.
참, 저 사진의 원본은 아래 사진이다.
크롭의 힘이 대단하다.



ㅋㅋ
홍보기사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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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명객
90년대 후반에 읽은, '싯가 1억원짜리 법대생의 하루'란 글이 불현듯 떠오르더군요.
인터넷 시대, 검색을 통해 이 글을 다시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싯가 1억원짜리 법대생의 하루

                                                         - 고대문학회의 글.

 


학벌 K대 법대  키 180Cm 상속가능재산 2억원으로서

국가 공인 감정사 마담뚜로부터 싯가 1억원짜리 인물로 인정받고 있는 그가

오늘 아침에도 400원짜리 지하철과

430원짜리 버스를 타고 도서관 칸막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서둘렀다.



5000원짜리 교양강좌와 10000원짜리 전공강좌를 들은 그는

3000원짜리 점심을 먹고

500원정도의 가치가 있는 오후 1시간을

싯가 9500만원의 윤모군과

150원 정도의 가치가 있는 잡담을 나누었다



스스로 상품의 가치가 약 2만원정도 올라간 것을 느꼈다.

한껏 고무된 얼굴로 그는 며칠전부터 기다려온 소개팅을 위해

대학로 근방 레스토랑에 갔다



그녀의 학벌은 모여대 전산학과 얼굴은 영화배우 심모양 정도 키 160Cm

그는 그녀의 싯가를 1억원쯤이라고 추정했다

아버지의 직업을 묻는 그의 말에

그녀는 변호사라고 짤막히 대답했다

순간 그녀의 가치는 2억원으로 뛰어 올랐다

얘기를 들어보니 국제화 시대에 걸맞게 영어도 아주 잘한다고 했다

이럴수가! 그는 그녀의 가치가 싯가 2억5천만원임을 깨달았다.



싯가 1억원짜리인 그의 에프터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는 식사값과 커피값으로 2만 5천원을 소비했다

허지만 그는 2만 5천원어치의 경험을 쌓았으므로 별반 큰 손해는

보지 않았다고 자위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축축한 도시의 400원짜리 지하철 전등에선

연거푸 물방울이 떨어졌고

싯가 1억원짜리 그의 옆에 앉은 싯가 천만원 혹은 백만원짜리 인간들은

스포츠신문을 보며 키들대고 있었다

그의 눈엔 그들이 매우 유치하고 한심해 보였다

그들을 보며 그는 빨리 사법고시에 합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들이 비오는 날 바지를 적시는 물방울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그 물방울들이 모이면 얼마나 큰힘이 되는지를

미처 깨닫지 못했다.


400원짜리 지하철, 430원짜리 버스, 5000원짜리 교양강좌, 10000원짜리 전공강좌.
행간에 밝혀둔 물가를 통해 이 글이 쓰여진 시대를 엿볼 수 있습니다.
80년대 말, 90년대 초쯤 될까요?

400원짜리 지하철이 900원짜리가 됐습니다. 환승 시스템도 도입됐고요.
글쎄요, 3000원짜리 점심식사는 대충 현 시점과도 비슷해 보입니다.
그럼 교양강좌와 전공강좌의 가격은?
법대생의 하루가 현대 버전으론 법학전문대학원생의 하루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싯가 10억원짤 법학전문대학원생의 하루'는 어떨까요?

치솟는 등록금에 대해 한 친구가 따끔히 평하더군요.
"등록금이 오르면서 학교에는 대리석만 늘어났다."




Posted by 망명객